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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줄거리 및 감상

영화 챔피언, 가장 정직하게 자신을 증명하려 했던 남자의 이야기

by 문신사현암 2023.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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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영화 챔피언 정보

 

장르: 드라마

감독/각본: 곽경택

출연: 유오성, 채민서

국내 개봉: 2002년 6월 28일

상영 시간: 116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과 배우 유오성이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故 김득구 선수의 아들 김지완 씨는 훌륭하게 자라서 치과의사가 되었으며, 작가 마크 크리걸의 저서 <레이 맨시니 전기> (원제 <The Good Son: Life Of Ray 'Boom Boom' Mancini>)와 제시 제임스 밀러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김득구 선수의 사망 후 30년 만에 맨시니와 만났다.

 

※김득구 선수의 약혼녀이자 김지완 씨의 어머니인 이영미 씨는 "이렇게 만나니 우리 가족도, 맨시니 가족도 칠흑 같은 과거에서 해방된 것 같다."는 말을 하며 서로간의 소회(素懷)를 풀어낸 소감을 전했다.

 

 

2. 챔피언의 줄거리 (결말 포함)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수돗물로 주린 배를 채우며 버스터미널에서 만화책을 팔고, 헌혈을 하는 대가로 소정의 돈을 받아 연명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남자의 이름은 김득구, 여느 때처럼 붕어빵 하나로 끼니를 때우던 그는 벽에 붙은 전단지를 보게 됩니다.

 

전단지는 프로 복싱 경기의 광고였고, 그는 뭔가를 결심한 듯 복싱 명문 동아 권투체육관에 입문하게 됩니다.

 

그렇게 복서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득구입니다.

 

낮에는 일용직 노동 등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저녁부터는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나날이 이어집니다.

 

어느 날 늘 그랬듯 거울 앞에서 섀도우복싱을 하던 그에게 찾아온 스파링 기회, 하지만 득구는 한 대도 때리지 못하고 얻어맞기만 하다 링을 내려옵니다.

 

사실 득구에게도 정타를 꽂을 기회가 몇 차례 있었지만, 상대가 관장님이 아끼는 선수였고 득구는 몇 번이나 찾아온 카운터 찬스를 애써 외면했습니다.

 

다음 날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함께 권투를 하지 않겠냐며 권하는 그의 말에서 권투를 대하는 그의 생각이 엿보입니다.

 

"세상에 권투만큼 정직하고 공평한 게 있나? 팔 세 개 달린 사람 봤어? 어차피 똑같이 두 팔로 하는 거고, 나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거거든. 남들 열 번 뻗을 때 난 열다섯 번, 스무 번 뻗으면 되는 거거든."

 

바보 같다 싶을 정도로 단순한 생각이지만, 이 투박하고 우직한 신념이 훗날 그를 세계 무대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시간은 흘러 득구는 1978년 MBC 신인왕전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합을 앞두고 배탈이 나, 계속 설사를 하던 그는 컨디션 난조로 인해 기량을 펼치지 못하고 데뷔 전에서 패배하게 됩니다.

 

경기에서 진 득구는 체육관으로 돌아와 관장에게 빳따를 맞게 되고, 함께 출전한 박종팔 선수는 경기에서 이겼지만,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같이 맞습니다.

 

이 박종팔 선수는 훗날 4대 메이저 기구인 IBF와 WBA에서 슈퍼 미들급 세계 챔피언을 지내게 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은 득구, 벽에 나태와 매너리즘을 경계하는 다짐들을 써 붙입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새로운 시작에 도전이다."

 

"게으름, 그것은 빠른 종말이자 비참한 패배일 뿐!"

 

"신화를 만들기 위한 복서의 길을 걷자!"

 

"여자는 인생의 걸림돌이다."

 

첫 패배를 반면교사 삼은 덕분인지 이후 그는 승승장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980년 12월, 마침내 득구는 한국 챔피언에 오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득구는 이사 떡을 돌리러 온 한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체육관 위층에 이사 온 사무실의 여직원 경미,득구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맙니다.

 

집으로 돌아온 득구는 벽에 적힌 다짐의 글들을 보며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나 다음 날 마음을 굳힌 그는 로드웍을 위해 길을 나섭니다.

 

무작정 경미가 탄 버스를 쫓아 뛰는 득구, 마침내 버스를 따라잡고 올라탄 버스에서의 어색한 시간이 지나고, 그는 경미와의 데이트 약속을 받아냅니다.

 

잠깐 '동의 없이 위치 이동' 시킨 동료의 리바이스 청재킷을 '빌려' 입고 데이트에 나선 그는 남자친구와 함께 교회에 다닌다는 경미에게, 자신도 그녀와 남자친구가 빨리 헤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러 교회에 다니겠다고 말합니다.

 

득구가 물러서지 않는 순간은 링 위에서만 찾아오지 않는 듯합니다.

 

그리고 득구는 경미를 데려다주며 그녀가 말한 남자친구의 정체가 사실은 그녀의 아버지를 말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호기롭게 선전포고를 한 다음 날, 여느 때처럼 연습을 하고 있는 득구에게 기쁜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의 동양 타이틀 매치가 잡혔습니다.

 

미친 듯이 연습에 매진하는 한편, 득구의 마음은 결실을 맺어 그와 경미는 연인 사이가 되었습니다.

 

벽에 붙은 다짐의 말도

 

"여자는 인생의 디딤돌이다."로 바뀌어 있습니다.

 

어느 날 행복한 데이트 후 집에 도착한 경미에게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권투선수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편지 한 장과 득구가 사준 목걸이를 남기고 그녀는 회사를 그만둡니다.

 

편지를 본 득구는 경미와 그녀의 아버지가 있는 교회로 무작정 찾아가지만, 아버지의 태도는 완강합니다.

 

결국 실의에 빠져 술로 슬픔을 달래던 득구는 시비에 휘말리고,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됩니다.

 

며칠 뒤 출소한 득구는 관장에게 찾아가 무릎을 꿇고, 득구를 거울 앞에 세운 관장은 말합니다.

 

"원래 복싱 선수는 미스코리아 보다 거울을 보는 시간이 많다. 그건 자세도 자세지만 그보다 네가 싸워야 하는 사람이 바로 그 안에 있기 때문이야. 같은 시합도 선수가 정신이 가면 금방 지쳐버리고 말아. 그런데 어디 뼈가 부러지고 아파 죽어도 얼굴에 표시를 내면 안 돼. 네가 약해지는 걸 보는 순간 상대는 두 배가 힘이 생긴다고. 앞으로 네 눈앞에 서 있는 그 사람하고 싸우는 거야."

 

이 조언은 앞으로 득구의 평생 동안 지켜질 약속이 됩니다.

 

그리고 다가온 시합, 이날 득구는 동양 챔피언이 됩니다.

 

 

 

고향에서 이미 대스타가 된 그는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금의환향합니다.

 

그리고 모친에게 또 다른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마침내 경미의 아버지에게 둘 사이를 인정받게 된 득구와 경미는 약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꿈같은 나날을 보내던 득구에게 또 하나의 큰 기회가 찾아옵니다.

 

마침내 레이 맨시니와의 세계 타이틀 매치가 성사됐습니다.

 

득구는 경미에게 떠나기 전 공항에 배웅하러 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반드시 세계 챔피언이 되어 돌아올 테니 그때 정식으로 결혼하자는 약속을 합니다.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해 시합 준비를 하는 득구와 관장, 득구의 호텔 방에 붙은 사생결단이라는 문구에서 패한다면 절대 링을 걸어서 내려오지 않겠다던 득구의 의지가 드러납니다.

 

마침내 경기가 시작됐습니다.

 

선전하는 득구이지만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집니다.

 

완연한 열세에 몰린 13라운드가 끝나고 코너에 앉아있는 득구는 한계에 도달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타월을 던지지 말아 달라는 득구, 그는 이제 14라운드를 향해 나아갑니다.

 

투혼을 발휘해 맞서보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득구는 맨시니의 라이트 스트레이트에 쓰러집니다.

 

그가 살아있음을 암시하는 듯한 경미의 꿈이 무색하게도, 그녀와 그녀 배 속의 아기를 남겨두고 득구는 다시 눈을 뜨지 못합니다.

 

13년 후 득구의 아들로 보이는 소년이 체육관을 둘러보다 생전 그랬듯 연습에 매진하는 득구의 환영과 만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3. 개인적인 감상

 

이 영화는 1982년 레이 맨시니 선수와의 접전 끝에 안타깝게도 사망하게 된 비운의 복서 故 김득구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김 선수의 죽음을 계기로 15라운드 룰이던 프로 복싱 세계 타이틀매치는 12라운드 룰로 축소되고 라운드 간 휴식 시간도 60초에서 90초로 연장되었습니다.

 

그의 희생은 현대 스포츠에서 선수 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된 계기가 되어줬습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에도 복싱이라는 종목 특성상 사망사고는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뜻 더 위험해 보이는 종합격투기와 비교해도 복싱의 사망사고 비율은 압도적입니다.

 

모든 공격이 상체에 집중되며 대부분의 KO 펀치가 턱을 가격해 뇌진탕을 일으킴으로써 얻어지기에 더욱 사망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도 2008년 故 최요삼 선수와 2010년 故 배기석 선수의 사례를 통해 스포츠로서의 복싱 경기가 대단히 위험한 스포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 의학협회(CMA)나 미국 신경과학회 등의 단체에서 복싱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복싱이라는 스포츠가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고 시작하는 사람도, 나아가 선수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들은 복싱이라는 스포츠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힘든 훈련과 가혹한 감량을 견디며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한 영웅들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위대한 복서들은 탄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이겨낸 그들을 보고 환호합니다.

 

그들의 성취에 박수 치며 그들이 펼치는 경기를 지키는 한편, 선수들을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그들의 생명 또한 지킬 수 있는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해 나가는 노력이 행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지만, 한때 꾸준히 세계 챔피언을 배출하던 한국이었으나 현재는 단 한 명의 세계 챔피언도 보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복싱은 후진국에서나 인기가 많은 종목이고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기에 자연스레 복싱의 인기가 떨어진 것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에 동의하기엔 미국, 영국이나 서유럽의 선진국들에서도 복싱이라는 종목의 인기는 매우 높습니다.

 

세계 최대의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의 최정상급 선수들이 받는 파이트머니의 10배는 우습게 넘는 돈을 대전료로'만'(메이저급 복서들의 주 수입은 ppv 수익의 일부를 받는 것입니다) 벌어들이는 메이저급 프로 복서가 즐비한 것이 이 시장에 얼마나 많은 수요가 몰리는가를 증명합니다.

 

한국 프로 복싱이 쇠퇴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선수층이 얇아진 것이고 이는 한국 프로 복싱 기구 관계자들이 야기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한국에는 하나의 프로 복싱 기구밖에 없었습니다.

 

그곳은 프로로서 복싱을 업으로 삼는 선수들에게는 유일한 창구였고, 싫든 좋든 그 기구의 방침에 따라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불만과 갈등이 생겨났고 많은 이들이 링을 떠났습니다.

 

2007년 WBC 세계 챔피언이었던 지인진 선수의 은퇴 사유는 놀랍게도 생활고였습니다.

 

세계 챔피언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국민들 대부분은 그런 선수가 있었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는 당시 하나밖에 없던 프로 복싱 기구의 마케팅 능력 부재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 다른 기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현재는 제가 아는 것만 6개의 기구가 한국에 있습니다.

 

한국 챔피언이 한 체급에 6명 씩 존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좁은 이 시장을 기구 6개가 6등분 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하나의 기구가 독점해 문제가 불거졌다면 현재는 좁은 시장에 너무 많은 기구가 들어서서 '프로 복서'라는 집단의 진입장벽이 턱없이 낮아지고, 프로 복싱 경기라는 무대 자체가 공신력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타협을 통해 1~2개 정도의 단체로 통합하고, 특정 인물이나 세력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도록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어, 과거에 있었거나 현재에 존재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해 가며,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갖게 하는 데 집중하고, 좋은 선수가 나왔을 때 이를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의 노력이 뒷받침된다면 다시 한국 프로 복싱 제2의 전성기가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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