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플래쉬(Whiflash) 정보
장르:드라마, 음악
감독/각본:데이미언 셔젤
출연:마일스 텔러, J.K. 시몬스
음악:저스틴 허위츠
국내 개봉:2015년 3월 15일/2020년 10월 28일(재개봉)
상영 시간:106분
등급:15세 이상 관람가
※라라랜드와 퍼스트 맨, 바빌론을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과 그의 하버드 동문이자 위 작품들의 음악 감독을 맡은 저스틴 허위츠가 뭉친 또 하나의 작품이다.
※앤드류 역을 맡은 마일스 텔러는 15살에 독학으로 드럼을 배웠으나, 락 드럼을 선호한 탓에 재즈 드럼은 연주할 줄 몰랐다.
※그러나 태너 역을 맡은 네이트 랭의 도움을 받으며 3개월간의 특훈을 통해 작중 등장하는 'Whiflash'와 'Caravan'을 연주할 수 있게 된다.
※작중 손에서 흐른 피가 드럼 스네어에 흐르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그 장면 중 일부는 실제로 배우의 손에서 흐르는 피다.
2.줄거리(결말 포함)
버디 리치 같은 드러머를 꿈꾸는 주인공 앤드류 네이먼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세이퍼 음악학교에 입학합니다.
아직은 실력을 인정받지 못해 학교 내 밴드인 '나소 밴드'에서 보조 드러머로 지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늦게까지 홀로 남아 연습을 하고 있던 앤드류 앞에 한 사내가 나타납니다.
그의 이름은 플레쳐, 이 학교 최고의 밴드의 지휘자인 교수님입니다.
그가 연주자를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앤드류는 긴장합니다.
플레쳐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몇 마디의 대화를 통해 앤드류를 쥐락펴락하고, 여러 가지 기본기 주법을 연주하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플레쳐가 주문한 주법은 '더블타임스윙'입니다.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앤드류입니다만 플레쳐의 마음에는 들지 않는듯합니다.
미련 없이 돌아서는 플레쳐의 모습에 낙담하는 앤드류입니다.
다음 날 아침, 여느날과 다름없이 연습을 하고 있는 나소 밴드입니다.
그런데 연습실 문의 불투명한 유리에 낯익은 실루엣이 비칩니다.
앤드류를 포함한 모든 부원들은 그 실루엣의 주인공이 플레쳐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플레쳐를 의식하고 부원들 간의 긴장감이 고조되려던 찰나, 실루엣은 발길을 돌려 사라집니다.
그날 저녁, 앤드류는 플레쳐의 밴드를 몰래 염탐합니다.
그러다 플레쳐와 눈이 마주쳐 황급히 도망가는 앤드류이지만, 수준 높은 그들의 연주를 본 앤드류는 마음을 정합니다.
그날부터 앤드류는 플레쳐의 마음에 들기 위해 '더블타임스윙'을 연습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나소 밴드의 연습실에 플레쳐가 들이닥칩니다.
그리곤 한 사람씩 각자 맡은 파트를 연주시킵니다.
플레쳐는 1마디 이상 듣지 않고 중단시킵니다.
마지막으로 이어진 드럼의 차례, 플레쳐의 주문은 더블타임스윙입니다.
메인 드러머 라이언의 연주가 시작됩니다.
역시나 잠깐 듣고는 중단시키는 플레쳐, 이번에는 보조인 앤드류에게 연주를 시킵니다.
플레쳐의 선택을 받은 이는 드러머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라이언이 아닌 보조 드러머 앤드류입니다.
늦지 말고 내일 오전 6시까지 B16 호실로 오라는 말을 남기고 플레쳐는 돌아섭니다.
쭈뼛쭈뼛 자리로 돌아온 앤드류의 표정은 잔뜩 상기되어 있습니다.
그날 저녁, 낮의 일 덕분에 자신감이 붙은 앤드류는 평소에 관심 있던 영화관 직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약속을 얻어냅니다.
일과 사랑 둘 다 순조롭게 이어가는 듯한 앤드류입니다.
다음 날 눈을 뜬 앤드류는 6시 3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고는 전속력으로 학교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연습실,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어째선지 연습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라고 적혀있습니다.
그렇게 앤드류는 9시가 될 때까지 멍하니 기다립니다.
시간이 되어가자, 하나둘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정확히 9시가 되자 플레쳐가 들어옵니다.
플레쳐가 들어서자마자 연습실에는 긴장감이 맴돕니다.
잠깐 부원들에게 앤드류에 대한 소개를 해주곤 '위플래쉬'의 연주를 지시하는 플레쳐입니다.
완벽에 가까운 연주가 이어지던 가운데 음정을 못 맞추는 인원이 있다며 다그치는 플레쳐, 결국 한 명씩 자신이 맡은 파트를 연주하며 범인 색출을 시작합니다.
이내 플레쳐는 자신의 수사망에 걸린 한 인원에게 음이 틀린 것 같지 않냐고 묻기 시작합니다.
몇 번의 질문 끝에 그 인원이 자신의 음이 틀린 것 같다고 시인하자 플레쳐는 폭언을 퍼붓고는 그 자리에서 그 인원을 제명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나 그 인원이 나가자마자 사실 음정을 틀린 건 다른 인원이라고 말하는 플레쳐.
그러나 자신의 음정이 맞는지 틀린지 모르는 것도 잘못이라 말하며 연습을 이어갑니다.
10분간 쉬는 시간을 가지고 앤드류가 스틱을 잡으라는 지시를 하는 플레쳐입니다.
다음 연주할 악보를 보고 있는 앤드류에게 다가온 플레쳐는 가족 관계 등 앤드류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묻더니 버디 리치의 일화를 말해주며 앤드류를 격려합니다.
플레쳐의 격려 아래 자신감을 얻은 앤드류는 순조롭게 연주를 이어가지만 17째 마디에서 발목을 잡힙니다.
자신이 원하는 템포가 아니라며 수차례 연주를 중단시키던 플레쳐는 급기야 앤드류를 향해 의자를 집어 던지고 그의 뺨을 때리며 템포가 빠른지 느린지 맞히게 합니다.
그리곤 앤드류의 가정사까지 들먹이며 조롱하고 앤드류가 감정적으로 격한 상태에 이르도록 유도합니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숙소로 돌아온 앤드류는 아까 겪은 모멸감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합니다.
그러고는 위플래쉬의 악보를 복사해서 미친 듯이 연습에 매진합니다.
손에 물집이 터지고 피가 배어 나와도 밴드를 붙여가며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을 드럼 연습에 쏟아붓는 앤드류입니다.
처절하게까지 느껴지는 연습과는 달리 영화관 직원 니콜과의 데이트는 순조롭게 흘러갑니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됩니다.
시간은 흘러 오버브룩 재즈 경연 대회에 참가하게 된 스튜디오 밴드입니다.
앤드류는 우연히 경연 관계자와 그의 딸과 인사하는 인자한 모습의 플레쳐를 보게 되고 연습실에서의 모습과 상반되는 그의 태도에 희미하게 웃음 짓습니다.
플레쳐의 완벽한 지휘 아래 숙련된 연주자들의 완벽한 연주가 더해져 성공적으로 1차 경연이 마무리됩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생기고 밴드의 메인 드러머 태너는 앤드류에게 악보를 맡기게 됩니다.
그러나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앤드류는 악보를 잃어버리게 되고, 태너와 앤드류는 그 사실을 플레쳐에게 보고합니다.
하지만 플레쳐는 "악보는 스스로 책임졌어야지 왜 네이먼에게 맡겼냐?"는 말과 함께 스틱을 챙기고 무대로 돌아가라는 지시만 내릴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태너는 악보 없이는 연주할 수 없었고 이 의도치 않았던 기회를 앤드류가 잡습니다.
위플래쉬의 악보를 모두 외우고 있었던 앤드류는 치열한 연습 끝에 이룬 성과를 경연장 무대에서 보여줬고, 스튜디오 밴드는 우승을 거머쥐게 됩니다.
다음 날 연습실에 들어선 앤드류에게 다른 부원들은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앤드류는 밴드의 메인 드러머 자리를 꿰차게 됩니다.
며칠 후 앤드류는 오랜만에 가게 된 본가에서 친척들과 저녁 식사를 가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각자의 성과에 대한 자랑이 이어집니다.
앤드류를 향한 심드렁한 반응과 대조되게 미식축구를 하는 친척에게는 격려와 기대의 말들이 이어집니다.
이에 앤드류는 "그래봐야 3부 리그 아니냐?"는 식의 다소 비아냥대는 듯한 날 선 반응을 보입니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링컨 센터에서 널 부르던?"이라고 반문합니다.
늘 부드럽게 격려만 해주던 아버지였기에 앤드류는 적잖은 상처를 입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화면은 전환되어 다시 연습실을 비추고 연습이 끝난 부원들은 다음에 연주할 곡의 악보를 챙겨나갑니다.
그때 앤드류를 불러 세우는 플레쳐는 새 악보의 템포가 지금의 앤드류를 있게 한 더블타임스윙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은 그것을 잘 소화해 낼 연주자를 하나 더 찾았다는 것입니다.
그 연주자의 정체는 앤드류가 보조 드러머로 있던 나소 밴드의 메인 드러머인 라이언이었습니다.
즉시 둘의 테스트를 진행하는 플레쳐, 테스트 결과는 라이언의 승리입니다.
말도 안 된다고 항의하는 앤드류이지만 단호한 플레쳐의 태도에 결국 다시 보조 드러머로 물러나고 맙니다.
그럼에도 메인 드러머 자리를 놓고 싶지 않았던 앤드류는 연습할 시간이 더 필요하단 이유를 대며 니콜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합니다.
그러고는 얼음물에 손을 식혀가며 연습에 매진합니다.
어느 날 연습 시작 전 플레쳐가 '션'이라고 적힌 cd를 재생하며 모두에게 감상할 것을 지시합니다.
그리고 션에 대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처음에는 겨우 따라오는 수준이었던 그는 다른 교수들도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권할 정도의 열등생이었으나, 그의 열정을 알아본 플레쳐는 그의 밴드로 불러들였고 졸업 후에는 링컨 센터의 제3 트럼펫 주자가 됐으며 1년 후 수석 연주자가 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어제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그의 연주를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하며 플레쳐는 눈물을 흘립니다.
다소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플레쳐였으나 연습이 시작되고선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그리고 그가 라이언의 연주를 중지시켰을 때 앤드류는 옅게 미소 짓습니다.
그에게 다시 기회가 왔습니다.
그러나 한 마디를 채 넘기지 못하고 중지 사인이 떨어지고 기회는 태너에게 돌아갑니다.
태너의 연주에서도 플레쳐가 원하는 템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플레쳐는 다른 부원들을 전부 내보내고 드러머 세 명을 번갈아 테스트합니다.
길어지는 테스트에 모두들 치쳐가고 그들의 머리 위로 지칠 줄 모르는 플레쳐의 폭언들이 쏟아집니다.
그렇게 이어진 테스트 끝에 결국 플레쳐의 선택을 받은 것은 앤드류입니다.
다음 날 앤드류를 태운 버스가 고장 나는 바람에 그는 렌터카를 빌려 달려왔지만, 약속시간 보다 조금 늦게 공연장에도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런 사정에 손속을 두지 않는 플레쳐는 다른 인원을 메인으로 세웁니다.
플레쳐의 가차 없는 태도에 감정적으로 폭발한 앤드류는 이제 플레쳐에게도 대들기 시작하고 여러 차례 고성이 오고 갑니다.
화가 난 플레쳐는 다른 인원에게 자리를 넘기거나 11분 안에 드럼 스틱을 가져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공연을 마치지 못하면 학교를 그만두라는 선택지를 줍니다.
그리고 앤드류는 후자를 선택합니다.
차에 두고 왔다고 말했지만, 사실 드럼 스틱은 차를 빌린 렌터카 사무실에 있었고 앤드류는 11분 안에 그걸 가지고 공연장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스틱을 찾아 공연장으로 돌아가는 길, 다급한 마음에 과속을 하던 앤드류는 공연장이 멀지 않은 도로에서 트럭과 충돌합니다.
차량은 전복됐고 만신창이가 된 앤드류였지만 메인 드러머 자리를 향한 집착이 그를 공연장으로 이끕니다.
몇 분 차이로 약속한 시각에 늦은 앤드류였으나, 아직 스튜디오 밴드의 공연은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는 자신의 자리로 비틀비틀 걸어갑니다.
피투성이로 들어선 그의 모습에 플레쳐조차 할 말을 잃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최선을 다하는 앤드류지만, 이미 그의 몸은 스틱을 쥐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였고 결국 연주를 멈추고 맙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넌 끝이야."라고 말하며 자신의 존엄을 짓밟는 플레쳐에게 분노한 앤드류는 결국 플레쳐를 향해 몸을 날립니다.
결국 끌려 나가는 앤드류는 그렇게 퇴학 당하게 됩니다.
장면이 전환되고, 앤드류는 한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여자는 죽은 션 케이시에 대해 알고 있느냐 묻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션이 목을 매어 죽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션은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그의 어머니 말에 따르면 이는 플레쳐 교수의 지도를 받기 시작하며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 앤드류에게 여자는 플레쳐가 다른 학생들에게 그런 짓들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청문회가 열리는 것이 아니기에 누가 자신을 고발했는지 플레쳐는 알 수 없을 거라고 덧붙입니다.
제적 통지서를 받고 앤드류는 드럼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하나하나 정리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꿈을 무너뜨린 그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앤드류는 그녀에게 자신이 무엇을 하면 되느냐 묻습니다.
시간이 흘러 여름이 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앤드류는 한 재즈 바 앞에 놓인 간판을 보게 됩니다.
'특별 게스트 테렌스 플레쳐'
반신반의하며 들어선 가게에서 앤드류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플레쳐를 보게 됩니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에게 인사하던 플레쳐와 눈이 마주친 앤드류는 도망치듯 돌아서지만 그를 알아본 플레쳐가 앤드류를 불러 세웁니다.
그렇게 둘은 마주 앉아 술을 마시게 됐고 플레쳐는 자신의 근황을 전합니다.
셰이퍼 학교에서 해임된 플레쳐는 아직 지휘를 계속하고 있다며 올해 JVC 재즈 페스티벌에서 프로 밴드와 오프닝 공연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셰이퍼 학교에서 자신이 했던 행동들에 담긴 의도를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일은 지휘가 아니라 학생들이 한계를 뛰어넘도록 몰아붙이는 것이었다고 플레쳐는 말합니다.
그는 찰리 파커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실패를 통해 굴욕을 맛본 이가 그것을 에너지 삼아 더 정진해서 훌륭한 뮤지션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말이 '그 정도면 잘했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확신을 갖고 행하는 교육 방식이었기에 플레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사과는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술자리가 끝난 후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앤드류를 플레쳐가 불러 세웁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휘하는 밴드의 드러머 자리를 제안합니다.
집에 도착한 앤드류는 창고에 처박아뒀던 드럼을 다시 꺼냅니다.
그리고 그동안 차마 누르지 못했던 통화 버튼을 누릅니다.
상대는 예전에 앤드류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요구받았던 니콜이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 앤드류는 공연에 그녀를 초대하고자 하지만 니콜은 남자친구와 상의해보겠다고 대답합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흘러 그녀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됐습니다.
태연한 척 전화를 끊는 앤드류의 표정은 다시 굳어집니다.
이번에도 그에겐 드럼만이 남았습니다.
주말은 빠르게 지나갔고 공연 당일이 됐습니다.
앤드류는 결연한 표정으로 집을 나섭니다.
대기실에서 문틈으로 아버지가 온 것을 확인한 앤드류, 이제 시간이 됐고 밴드는 무대로 향합니다.
무대에서 연주를 준비하고 있는 앤드류에게 다가온 플레쳐는 섬뜩한 한마디를 내뱉고 갑니다.
"네놈인 거 알아."
당황한 앤드류에게 더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당초 앤드류가 연주하기로 협의된 곡은 스튜디오 밴드에서 연주하던 '카라반'과 '위플래쉬'입니다.
그런데 오프닝 멘트를 하는 플레쳐의 입에선 '업스윙잉'을 선보이겠다는 말이 나옵니다.
앤드류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악보를 꺼내 들 때 그는 플레쳐의 덫에 걸린 것을 깨닫습니다.
숙지는커녕 악보조차 본 적 없는 곡을 소화할 리 만무했고 앤드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곡이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자리를 떠납니다.
다시 맛보게 된 굴욕감과 상심에 아버지의 위로를 받던 앤드류는 "그 정도면 잘했어."라는 아버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다시 무대로 돌아가 자리에 앉은 앤드류, 다음 곡 소개를 하는 플레쳐의 멘트를 잘라 버리듯 갑자기 미친 듯이 드럼을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플레쳐의 지휘 따윈 필요 없다는 듯 자신이 다른 멤버들에게 신호를 주고, 얼떨결에 연주를 시작한 멤버들 덕분에 플레쳐의 사인 없이 다음 곡인 '카라반'이 시작됩니다.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앤드류를 향해 특유의 폭언으로 찍어 누르려는 플레쳐이지만 이미 앤드류 안에서 폭발한 감정은 그런 것으로 통제되지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 속에서 앤드류의 연주는 점점 완벽에 가까워지고, 플레쳐는 상황을 제쳐두고 그 연주의 완성도 자체에 만족하며 웃음 짓습니다.
아니, 어쩌면 여기까지가 그가 의도한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어느덧 곡 카라반이 끝나고 모두가 플레쳐의 지휘에 따라 연주를 멈췄지만, 앤드류는 멈추지 않고 솔로 연주를 이어 나갑니다.
뭐 하는 짓이냐고 묻는 플레쳐이지만 이내 별다른 제지 없이 앤드류의 연주를 지켜봅니다.
앤드류의 연주가 더블타임스윙으로 넘어간 순간, 주위가 고요해지며 완전히 드럼과 본인의 존재만 인식하게 된 그는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키며 신들린 듯한 연주를 이어 나갑니다.
그때 쓰러진 크래시를 세워주는 플레쳐,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어떤 음악적 합의점에 도달한 듯 보입니다.
플레쳐의 지휘에 따르기 시작하는 앤드류, 숨을 고르듯 점점 여리고 느리게 스네어를 두드립니다.
그러다 갈무리한 감정을 조금씩 발산하듯 서서히 피치를 끌어올리는 앤드류와 플레쳐, 다시 앤드류의 신들린 듯한 연주가 재개됩니다.
그런 그를 주시하며 조심스레 지휘석으로 걸음을 옮긴 플레쳐는 다른 멤버들에게 스탠바이 사인을 보내고, 앤드류와 플레쳐의 눈이 마주친 순간, 서로의 감정을 폭발시키듯 다음 곡 위플래쉬가 시작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3.개인적인 감상
얼마 전 친구와 "분노와 욕망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 자기 발전의 동기부여를 주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어떤 대상에 대한 분노를 통해 일에 집중했을 때 단기적인 집중은 되지만, 분노라는 감정은 그 특성상 금방 휘발되었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이루기 전에 분노가 사그라들어 후반에 추진력을 얻지 못해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어떤 것을 이루고 싶고 어떤 것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은 그것을 이루기 전까지 해소되지 않기에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줄 수 있었습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저에게는 후자 쪽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작중 앤드류의 경우는 이 순서가 반대로 작용합니다.
플레쳐의 밴드에서 메인 드러머로서 자리를 굳건히 다지고 플레쳐에게 인정받는 것, 나아가 버디 리치 같은 드러머가 되는 것.
이러한 목표들이 앤드류가 노력하는 이유였으나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플레쳐가 설계한 상황에 대한, 나아가 플레쳐 본인을 향한 분노가 앤드류가 드럼을 연주하는 힘이 됩니다.
공연이 끝난 이후 앤드류의 삶을 알 길이 없기에 어떤 방식의 동기부여가 앤드류에게 정답이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맞지 않았지만, 영화 후반부의 앤드류처럼 어떤 대상에 대한 분노를 통해 큰 성취를 이루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알기에 어떤 방식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분노와 욕망 이 두 가지만 언급했지만, 꼭 그것들에 국한되지 않은 수없이 많은 형태의 동기부여 수단이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맞게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통해 노력해 보고 혜안을 찾는 시행착오를 겪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인물들 간의 갈등과 그것이 야기하는 상황 전개도 인상 깊었지만, 재즈 사운드의 청각적인 쾌감도 느낄 수 있는 작품이기에 꼭 직접 보시는 걸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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